수익이 없는 앱을 800만 원에 매각한 병찬님의 이야기
'사이드 프로젝트도 매각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보통은 반신반의하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 그게 팔려요?" "이 정도 앱도 살 사람이 있어요?" "거래는 어떻게 해요? 계약서 같은 것도 써야 하나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병찬님 역시 처음엔 그랬습니다만, 결국엔 최근 혼자 만든 앱 하나를 800만 원에 매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를 만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들어봤습니다.
지키자라는 앱과 병찬님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토스에서 iOS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이병찬이라고 합니다.
‘지키자’는 스크린 타임 기반의 앱으로, 특정 앱을 하루에 몇 분 이상 쓰지 못하게 제한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어요. 처음엔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였지만, 앱스토어에도 출시되어 있는 상태고 MAU도 3만명을 돌파하는 등 지표적인 성과는 어느 정도 달성한 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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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이신 병찬님 |
왜 매각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작년에는 매각할 생각이 크지 않았어요. 유저들이 지키자를 많이 좋아해주고 사용해주는 걸 보면서 재미도 느끼고 좀 더 키워보고 싶은 의지가 있었죠. 그런데 올해 들어 의지가 확 꺾여버렸어요. 회사 일도 바빠지고 그로스가 수익으로 잘 이어지지 않다 보니까 열정이 완전히 식더라고요.
올해 초에는 지키자의 경쟁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인수 제안은 아니었고 개발자로 채용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걸 듣고도 의지가 되살아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젠 지키자를 제 포트폴리오 정도로만 생각하고 방치한 채로 펠로에 올려두었는데 인수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팔기로 결정했죠.
앱서비스를 실제로 매각해보니 어땠나요?
이런 경험 해보는 것도 재밌더라구요. M&A라는 게 먼 얘기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신기했어요. 나중에 포트폴리오로도 쓸 수 있을 것 같구요. ㅎㅎ
처음에는 막상 인수자가 나타나도 계정 이전 작업에 시간을 얼마나 써야 할지 감이 안 와서 좀 불안했어요. 열정이 식어서 지키자에 시간 더 들이지 않으려고 매각하는건데 추가로 코딩하고 빌드하고 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인수자가 나타난 후에 협상은 일주일이 채 안 걸렸고 이전 과정은 딱 하루만에 끝났어요. 너무 간단해서 솔직히 놀랐습니다.
매도가에는 만족하셨나요?
매도가 정하면서 처음엔 고민 많이 됐죠. 가장 걱정됐던 건 가격이었어요. 개인 프로젝트다 보니 적정가라는 게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괜히 너무 싸게 불러서 눈탱이 맞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어서 펠로 측에 문의해보니 유저 지표는 좋지만 매출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800만원보다 높게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실제로 인수자가 두 분이 나타나셨는데, 한 분은 800만원이 너무 비싸다고 제안을 철회하셨습니다. 받을 수 있는 최고가에 매각한 것 같아 만족합니다.
이후에 또 매각을 하거나 아니면 인수를 할 의향도 있으신가요?
거짓말이 아니고 이번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을 좀 얻은 것 같아요. 매각 경험 이전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정말 잘 되어서 거창하게 회사 차리는 수준이 되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 작은 성과로도 끝을 내고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또 해볼 생각이 있습니다. 그 때까지 펠로가 잘 되어서 피봇하지 않고 살아있어주면 좋겠네요. ㅎㅎ
인수 의향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인수해서 키운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는데요, 막상 이런 거래를 경험해보고 나니까 사이드잡이 아니라 진심으로 각 잡고 친구들 모아서 창업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인수창업이라는 선택지를 고려할 것 같아요. 창업이라는 게 될 때까지 수많은 트라이가 필요한데 어느 정도 마켓핏이 검증된 비즈니스를 인수한다면 훨씬 쉬운 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이전에는 산다는 것과 판다는 것 모두 생각 자체를 아예 못했습니다. 가격대가 안 맞을 것 같다 하는 오해도 아니고 그냥 이게 가능하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창업이라고 하면 개고생해서 마켓핏 찾는다는 생각만 해봤지 원투텐이 가능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반드시 광고나 인앱결제를 통한 수익화만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이상 유지할 열정이 없다면 병찬님의 사례처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